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은 언제일까요?
아침도 아니고, 밤도 아닌
오후 3시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을 때
그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보다 오래도록 마음을 감싸줄 때가 있어요
잠깐 멈춰도 괜찮다는 걸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시간, 그 오후 3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오후 3시는 마음에도 여백이 필요한 시간이에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잖아요
일도 애매하게 손에 안 잡히고, 딱히 피곤한 것도 아닌데
뭔가 머릿속이 멍~ 하고 공중에 뜬 느낌
그때 저는 자주 시계를 봐요
‘아, 오후 3시구나’ 하고요
이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물을 끓이고
찻잔 하나 꺼내서 조용히 차를 우려요
녹차나 캐모마일, 아니면 향이 진한 얼그레이도 좋아요
그날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유일하게 공통적인 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거예요
찻물 위로 천천히 퍼지는 향을 느끼다 보면
하루 종일 어딘가 바쁘게 떠돌던 마음이
슬며시 바닥에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요
그냥 조용히 찻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어보는 거죠
이 시간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제겐 하루 중 가장 평화롭고 회복되는 순간이에요
누군가는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기도 하고
어떤 날엔 진한 카페라떼가 필요할 수도 있죠
근데 저는 오후 3시만큼은
자극 없는 따뜻한 차로 내 마음을 달래고 싶어요
누구한테 보이기 위한 여유가 아니라
진짜 내 속이 정리되는 그 조용한 여백이
오후 3시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것 같거든요
찻잔을 들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사실 우리는 너무 뭔가를 ‘해야만 하는’ 시간에 익숙해져 있어요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채워야 할 계획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자꾸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죠
근데 오후 3시, 그 따뜻한 차 한 잔 앞에서는
그 모든 ‘해야 함’이 잠시 멈춰요
찻잔을 들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그 단순한 동작이 주는 안정감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아무도 날 재촉하지 않고
나조차 나를 조급하게 몰아세우지 않는 그 느낌
내가 나한테도 한 박자 느긋할 수 있는 순간이랄까
그게 오후 3시 찻잔 앞에서 가능한 일이에요
햇살 좋은 날엔 창가에 앉아서
눈 감고 향을 맡기만 해도 기분이 말랑해지고
비 오는 날엔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차 김을 따라 흐르는 향기 속에서
조용히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 시간은 꼭 뭘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잠시 쉬게 해주는 시간이에요
조금 지치고 무기력한 날에도
따뜻한 찻잔 하나가 내 마음에 온기를 남겨줘요
그리고 그런 날들을 반복하다 보면
그저 하루 한 번 차를 마시는 이 루틴이
나도 모르게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느끼게 돼요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가’
오후 3시의 차 한 잔은
그걸 조용히 알려주는 작은 신호 같아요
차를 마시는 시간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에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말들 사이에서
진짜 내 생각이 뭔지 놓치게 되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차를 마시면서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찻물이 익어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그 몇 분
급하게 끓여 마시지 않고,
천천히 우려낸 향을 음미하면서
요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뭘 느끼고 있었는지 하나씩 떠올려보게 돼요
‘요즘 괜찮은가?’,
‘왜 자꾸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걸까?’,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질문들이 음악처럼 흘러나와요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답을 내지는 않더라도
생각을 풀어놓는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을 많이 가볍게 해줘요
가끔은 다이어리를 꺼내서
몇 줄 끄적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안 쓰고
그냥 향기 나는 찻물 위에 내 하루를 흘려보내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일상이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어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잊을 때가 많아요
근데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이렇게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 하루는 분명 다르게 기억될 거예요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위로,
생각보다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답니다
하루는 빠르게 흘러가고
해야 할 일은 끝도 없이 쌓여 있죠
그 와중에 오후 3시쯤 찾아오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시간은
잠시 숨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쉼표 같아요
마음이 조급할 때, 이유 없이 지칠 때
조용히 차를 우려내고 가만히 앉아보세요
그 순간이 당신을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줄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한 오후 3시예요 :)